눈동자도 못 움직이는 중증 루게릭 환자… 그의 마음을 읽어내다
- 스위스 연구진 해독 성공 답이 확실한 질문 던진 뒤 '예·아니오'에 해당하는 뇌파·혈액산소농도 수치 찾아내
다른 질문에도 기준으로 활용… '행복한가' 묻자 환자 모두 '예'
영혼이 육체에 감금된 사람들이 있다.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감각도 멀쩡하지만 운동신경이 망가져 팔다리는 물론 눈동자나 눈꺼풀조차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 말은 들을 수 있지만 반응할 방법이 없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이런 중증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 환자들 생각을 외부로 전달할 통로를 새로 만들었다. 스위스 와이스 생명신경공학센터의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 연구진은 31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뇌 활동을 컴퓨터로 해석해 지금까지 외부와 의사소통할 수 없던 전신 마비 환자들 생각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감금 증후군은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 대표적이다. 온몸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희귀 질환으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걸린 병으로도 유명하다. 호킹은 아직 눈꺼풀은 움직일 수 있어 느리나마 외부와 의사소통할 수 있지만, 병이 악화되면 이마저도 할 수 없다. 호흡도 제 힘으로 할 수 없다. 연구진은 중증 루게릭병 환자 4명에게 질문하면서 뇌 표면에 흐르는 전기 신호의 변화, 즉 뇌파를 측정했다.동시에 근적외선으로 뇌에 흐르는 혈액 속 산소 농도의 변화도 알아냈다. 뇌가 작동하면 혈액이 몰리면서 산소 농도가 증가한다.
처음에는 '남편 이름이 요하킴입니까'와 같이 답이 확실한 질문을 했다. 이를 통해 '예'와 '아니요'에 해당하는 뇌파와 혈액 산소 농도의 기준을 잡았다. 비르바우머 교수는 "실험 과정에서 정확도 70%로 환자의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 환자는 '딸이 남자 친구와 결혼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10번 중 9번이나 '아니요'라고 분명하게 의사를 표명했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마비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생각을 해독하려는 연구도 있었지만 수술이 필요해 번거롭고 위험했다"며 "이번 방법은 환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도 뇌가 생각한 답을 알아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전신 마비 환자가 삶에 대해 비관적 태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4명 모두 '예'라고 답했다. 비르바우머 교수는"중증 마비 환자들도 살려는 의지가 강하며 보살핌만 제대로 받으면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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