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는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5개월 동안 쿠웨이트의 전원주택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모욕당하고, 굶주리고, 하루에 20시간씩 강제노동을 했던 네팔 출신의 45세 아미타는 결국 기회를 잡았습니다. 집주인이 자는 동안 그녀는 아래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기어 나와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아미타는 카트만두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까지 자신을 안전하게 보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네팔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사관은 그녀를 거절했습니다.
“나처럼 고용주의 집에서 도망친 여성들이 많다고 했어요. (집으로 가는 항공권을 위해) 돈을 주기도 꺼리더군요. 그 대신, 나보고 감옥에 가라고 했어요.” 아미타가 말했습니다.
대사관 직원은 아미타가 가진 유일한 선택은 근로 계약을 깨고 무단도주 한 걸 경찰에 가서 자백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11일의 감옥생활 끝에 아미타는 결국 비행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국이 그녀를 강제 추방한 것입니다.
모든 걸프 지역 국가들은 “카팔라(Kafala)”라는 시스템하에 이민자 가정부를 고용하는데, 이 시스템은 노동자들의 이동권과 여권, 직업을 바꾸거나 나라를 떠날 법적 지위를 모두 고용주에게 귀속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인권적인 시스템도 문제지만, 2017년에 네팔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정책은 네팔 내의 이민자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더욱 심화했습니다.
보호인가 차별인가?
해외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던 네팔 정부는, 네팔 국민이 걸프 지역에서 이민 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2017년에) 네팔 국민, 특히 여성들을 걸프 지역에서 가정부로 일하지 못하게 한 것은, 그들을 불법적인 거래나 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라고 네팔의 노동국 대변인이 가디언지에 말했습니다. “이 시민들의 도움을 생각해서… 정부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안전히 돌아오게 하는 것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다 보니 시간상 지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이러한 네팔 정부의 견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노동자들을 착취와 폭력에서 구한다는 명목과는 다르게, 이 금지령은 오히려 가정부로서 일자리를 찾는 가장 큰 집단인 여성을 차별하고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네팔 인구의 3분의 1은 하루에 약 3달러(3,500원) 이하로 살아간다고 추정될 정도로 네팔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돈을 간절히 벌고 싶어 하는 네팔 여성들에게 걸프 지역은 가정부의 한 달 수익이 400달러 정도라는 점에서 일자리를 찾기 가장 좋은 목적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지령이 결코 걸프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모두 막지는 못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네팔에서 그 지역으로 바로 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막아 버렸습니다. 이에 여성들은 최종 목적지에 가기 위해 인도 같은 주변국을 통하는 우회적 방법에 의지하게 됩니다.
결국, 이 말은 곧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네팔 이민 여성들이 불법 거래와 착취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고용 대리회사에 잡히면 제삼자에게 팔려 가거나, 거짓말로 속아서 다른 업종에 종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카트만두에 있는 이민자 인권 보호 NGO인 Pourakhi의 책임자 Manju Gurung은 “대부분의 네팔 여성들은 (네팔 정부로부터) 적절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이민자들을 더욱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게 만들어 버립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임금을 착취당하거나 아예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여권을 고용주들에게 뺏기는 일도 다분하며,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착취도 빈번히 당합니다. 현대판 노예제도인 거죠.”
반면에, 걸프 지역에서 이민 노동자로 일하는 네팔 남성들은 제대로 된 ‘노동자’의 지위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상해를 입을 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보조금을 받기까지 합니다. 정말로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이 정부의 제대로 된 보호 없이 방치됨으로써 고용주에게 폭력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때 이들은 비정부기구의 지원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취약하고 또 착취당한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취약한 지위는 그들에게 미래의 더 많은 착취에 노출되게 만들어 버립니다. 서른세 살의 슈산티는 3년 전, 청소부로 일하기 위해 네팔을 떠나 두바이로 오게 되었다. 일 년 전, 버려진 그녀를 아버지가 찾았을 때 슈산티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배우자가 아닌 이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불법이며 최대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녀는 6개월 동안 임신 사실을 숨기다 다시는 감출 수 없을 때까지 일했습니다.
슈산티는 네팔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고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편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네팔로 돌아왔다고 해서 그녀의 상황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혼인 채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기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지금은 아기와 함께 다른 집에 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다른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국적법은 아이의 아버지가 외국인일 경우, 그 아이는 자국에서의 출생을 인정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적이 없는 이민자들의 아이들은 종종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되고,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는 더는 교육을 받을 수조차 없습니다. 성인이 되면 이 국적 없는 아이들은 합법적으로 일하거나 여권을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여성들은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시민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보육원 입양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원래 있던 공동체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가족들이 이들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은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거나 재이주를 시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칩니다.” Gurung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주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죠.”
슈란티는 딸을 데리고 네팔을 떠나 일자리를 찾는 여정을 다시 해 볼 예정입니다.
“네팔에 있는 내 가족들은 매우 엄격해서, 내 상황을 말할 수가 없어요. 이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두바이에 다시 가야 합니다.” 그녀는 말했다. “난 돈을 벌어야 해요. 돌아가지 않으면 누가 나에게 돈을 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