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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주택찾기 중앙선관위 신임 사무총장 허철훈·사무차장 강동완 임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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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5-07-22 | 조회수 | 2 |
중앙선관위는 22일 “전체 위원회의에서 허 사무차장을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하기로 의결했다”며 “지난 2년 동안 사무차장으로서 김용빈 사무총장과 함께 조직 혁신과 선거절차 개선 등 선관위 개혁을 추진해왔고, 그 개혁을 지속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허 사무총장은 선거국장·기획국장·감사관·기획조정실장·선거정책실장 등 중앙선관위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중앙선관위는 앞서 김용빈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선관위 안팎의 인사를 다수 추천받아 후임 인선 논의를 진행했다. 신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에는 강동완 제주특별자치도선관위 상임위원(57)이 임명됐다. 강 신임 사무차장은 경기도선관위 사무처장과 중앙선관위 조사국장, 서울특별시선관위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허 사무총장과 강 사무차장은 다음달 1일 취임해 임기를 시작한다.
김홍걸 이사장 유품 정리 중 발견고어·일본식 한자 많아 1년 작업
박정희 비상계엄 선포일 등긴박했던 국내외 정세 생생히
아내와 세 아들 남겨두고 떠난기약 없는 망명 투쟁의 길가장의 불안·고통 고스란히 담겨
난중일기와 비견될 시대 기록물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972년 10월1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에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와 일본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그해 일본을 자주 방문했다. 계엄 선포 당일에도 당시 일본 참의원 의장인 고노 겐조를 만나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는 아내인 이희호 여사에게 귀국이 어려워졌음을 전하고, 다음날부터 긴 망명길에 오른다.
김 전 대통령은 계엄 이전인 그해 8월26일 일기에 ‘1975년에는 선거가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1971년 대선 유세 내내 “정권교체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는 치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나는 이 일기를 단장(斷腸)의 심정으로 쓴다. 그것은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形骸)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 나는 결국은 박정희씨가 말하는 남북통일 촉진 운운은 거짓 명분이고 그의 독재적 영구집권을 위한 것이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10월17일)
계엄 이후 국회는 해산됐고, 헌법은 정지됐다. 김 전 대통령은 “청천벽력의 폭거요, 용서할 수 없는 반민주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귀국할지 망명할지를 택해야 했다. 국내로 돌아가면 유신 정부에 검거돼 아무 활동도 할 수 없을 게 자명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을 돌며 반유신 투쟁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최근 출간된 <김대중 망명일기>(한길사)는 1972년 8월3일부터 1973년 5월11일까지 김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쓴 일기 223편을 수록한 책이다. 지난해 여름, 유품 정리를 하던 김홍걸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김 전 대통령이 쓴 6권의 수첩을 발견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단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는 기록물이었다. 수기로 적힌 일기는 고어(古語)가 많고 일본식 한자 표현도 다수 사용돼 이를 제대로 판독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가 1년가량 힘을 모았다.
김홍걸 이사장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망명일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유품을 정리하다 쇼핑백 속에 담긴 서류와 일기를 발견했다”며 “당시 일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자칫 쓰레기통으로 향할 뻔했지만 운 좋게 발견해 책으로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본래 일기에 적힌 제목은 ‘망향일기’였다. 망향일기가 망명일기가 된 것은 역사적 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은 “개인 김대중으로서 조국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망향의 기록일 수 있지만, 공인 김대중으로서는 자기가 몸담은 공동체의 상황, 비상계엄과 연관된 망명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다”며 “오랜 토론 끝에 ‘망향’이 아닌 ‘망명’으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난중일기>와 비견될 만한, 당시 시대상을 보여줄 기록물”이라고 했다.
책에는 당시 급박했던 국내외 정세가 생생하게 담겼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 미국, 다시 일본에 체류하면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상세히 적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에 자기 뜻을 알렸고, 에드윈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 등 여러 지식인과 접촉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전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정치인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유신체제에 대한 국제적인 반대 여론 형성에 이바지했다.
“케네디 의원은 나에게 ‘뉴요커’지의 한국 관계 기사를 읽었다며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부탁하라, 한국보다 당신 개인에게 더욱 관심이 크다, 한국에 가더라도 연락을 끊지 말고 계속 연락하라고 하는 등 극진한 호의를 보여주었다.” (1972년 12월13일)
박명림 관장은 “(김 전 대통령이)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사실상 대안정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기에는 빚더미 속에 아내와 세 아들을 남겨두고 홀로 망명한 가장의 불안과 고통, 기약 없는 망명 투쟁을 이어가는 정치인으로서의 고뇌, 유신 독재의 압력과 회유에 흔들리는 옛 동지들의 소식, 개인적인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독재에 신음하는 국내 현실을 외면하는 인사들에 대한 분노 등도 담겼다.
“인생의 가치는 얼마만큼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바르게 최선을 다해서 살았느냐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만고불변의 이치를 잊어버리고 수단 방법을 다해서 돈과 높은 지위만을 위해서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날뛰다 쓰러진다. 하느님과 자기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그리고 국민과 세계 인류를 위해 헌신한 일생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1972년 8월14일)
“나는 억지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또 역사의 필연성에 근거해서 박정희 정권의 필멸을 확신하며 나의 승리가 있을 날을 위해 대비해나갈 것이다.” (1973년 1월1일)
“가족과 옥중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 괴롭다.” (1973년 1월19일)
“주여, 우리 조국에 민주주의를 베푸소서. 주여, 불행한 동포와 동지들에게 위로를 주소서. 주여, 저의 가족을 보살펴주소서. 주여, 모든 국민이 자기의 권리를 자기의 희생으로 쟁취하는 자각을 주소서.” (1973년 3월1일)
김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를 하고 야당을 제거하기 위해 납치를 자행했던 것처럼, 윤석열 정권도 총선 참패를 국민 탓하고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을 말하다가 계엄까지 저질렀다”며 “계엄을 획책하는 역사가 반복되는 상황에 ‘망명일기’라는 역사적 기록물이 등장한 게 반갑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기획. 444쪽.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에 문득 <김지은입니다>를 펼쳤다. “고통스러웠던 일은 노동자로서 내가 할 이유가 없으며 해서도 안 되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고 종속성이 강한 수행비서의 특성에 더해, 평판이 중요한 정치권의 특성이나 압도적인 권력관계 등이 김지은씨가 겪은 갑질과 성폭력의 원인이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강 후보자를 두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 두둔하지만, 실은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 이는 문재인 정권기에 이슈화됐던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의 교훈이다. 강 후보자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조직 관리자이자 리더로서 책임감과 능력이 쟁점이다. 구체적으로, 공사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 범위의 기준을 고심했는지, 사적인 업무 지시에 대해 명분과 인정을 포함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했는지, 서로의 사정을 헤아려줄 수 있는 정도로 부하 직원과 신뢰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것인지 등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사실 부정, 피해자 비난, 논점 흐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조직 보위의 진영 논리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막대한 2차 가해로 이어졌던 문제를 반복하는 것이다. 부정 논리의 이면에는 ‘우리 편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믿음과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강박이 깔려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억울함을 교훈으로 삼아 과거보다 더 강화된 듯하다.
억울함은 잘못된 믿음과 강박을 점검하며 성찰하는 대신, 모든 비판을 ‘외부의 적’이 가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인식하도록 만든다. 치사하고 더러운 수단을 마다치 않는 부도덕한 ‘적’을 이기기 위해 ‘우리’도 치사하고 더러워질 것을 종용한다. 그 결과 진영 ‘내부’의 비판마저도 ‘외부’의 공격으로 여기고, ‘적’에게 향하는 치사하고 더러운 수단을 ‘우리 내부’에도 가하게 된다.
그러나 진영 내부와 외부의 비판 모두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니다. 부당한 공격에 입은 상처가 피해자 비난과 2차 가해를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적’을 상정하는 사고는 여의도 안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여의도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그 바깥에 더 넓은 세상이 있다. 여의도 바깥에서 살아가는 다수의 시민은 진영의 이해득실이 아니라 보통의 상식으로 강 후보자를 평가한다. 의원실이라는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면, 과연 큰 행정부처의 장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 장관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
갑질을 부정하는 말들은 특히 ‘저 정도 잘못은 누구나 한다’며 사안의 도덕적 의미를 축소한다. 그 논리는 ‘갑질은 나쁘다’는 당연한 상식 자체를 정면으로 뒤흔들고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크다. ‘누구나 저 정도 잘못을 한다’는 것은 곧 ‘그 정도의 갑질은 해도 괜찮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도덕률 자체를 흐릿하게 만든다. 여의도 논리에 갇힌 정치가 여의도 바깥의 사회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 결과 문재인 정권 다음에 윤석열 정권이 탄생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이 모든 문제를 ‘적’의 탓으로 돌리며 도덕적 상식 기준을 낮추면, 그 후과는 더 극단적인 얼굴을 한 상대 진영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그 반대 방향, 즉 도덕적 기준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과거 권력형 성폭력이 공론화되던 시기에도 여의도 내 갑질이나 성폭력은 그리 공론화되지 못했다. 근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서도 성폭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문제 제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참에 정부가 앞장서 정치권 내 갑질과 성폭력을 발본색원하는 건 어떨까. 그것이 곧 생겨날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왕께서 처음으로 집정하시는지라, 아아! 갓난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와 같이 하시어 스스로 지혜를 부여받도록 하소서.” 주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는 성왕에게 소공이 올린 글의 한 대목이다. 아기는 순백의 상태로 세상에 나오므로 처음 무엇을 보고 따라하는지에 의해 지혜가 결정된다는 믿음은 이처럼 30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팔순에 가까운 나이의 이현보가 이제 막 왕위를 계승한 인종에게 올린 상소문도 소공의 윗글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처음에 어떻게 하는지에 향후의 길흉이 달려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현보는 말한다. “정치의 요체는 인재를 얻는 데에 있고 인재를 얻는 근본은 오로지 임금의 마음에 달려 있으니, 바로 명철과 신뢰입니다.” 인물의 진가를 평가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히 어렵다. 두루 살피고 분별하는 명철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일단 일을 맡겼다면 정성껏 대우하고 전폭적으로 신뢰함으로써 그 능력을 온전히 펼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조금씩 빛바래 가고 있다. 거듭되는 인사 논란 때문이다. 능력 위주, 통합 지향이라는 슬로건에 동의하며, 인수위원회 없이 진행되어 검증에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특정한 자리에는 그 역할에 따르는 기대가 있기 마련인데 그에 상당히 반하는 것으로 드러난 인물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고집하면서 내세우는 ‘능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다름에 대한 관용의 범위를 넘어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주장을 최근까지 제출해온 인물을 대통령실 비서관에 임명하며 내세웠던 ‘국민통합’이 과연 납득될 수 있을까?
이현보는 인종에게 올리는 상소문에서 그의 아버지인 중종의 실패를 거론했다. 연산군의 폭정을 올바르게 되돌린다는 반정(反正)의 명분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이었지만, 바로 그 반정의 주역들에 가려서 여러 인물을 두루 살피고 등용하는 명철에 제한이 있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새 정부가 내란 종식과 실용 중시라는 명분으로 인해 자칫 조바심, 혹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명철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중한 명철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전폭적 신뢰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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