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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전하던 제주 관광 회복세…피서철 관광객 더 늘어날듯 확대될듯
등록일 2025-07-22 조회수 3
올해 고전하던 제주 관광시장이 여름을 맞아 회복세로 돌아섰다. 여름 휴가철 방문객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제주 방문 관광객수는 711만16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달부터 월별 방문객수가 회복세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주 방문 월별 관광객수는 올 들어 줄곧 하락세를 그려왔다. 1월 전년대비 -6.6%를 시작으로 2월 -18.2%, 3월 -13.9%, 4월 -7.4%, 5월 -1.2%로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정세 불안, 경기 침체 등으로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6월 한달 제주 방문 관광객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했고, 7월 들어서는 7.4%까지 늘었다.
여름 성수기로 분류되는 하계 휴가철에도 제주 방문객은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하계 휴가철인 오는 7월25일부터 8월10일까지 모두 8697편의 항공기가 운항해 158만명이 제주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 항공기 512편, 여객 9만3000명이 공항을 이용하는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난 수치다.
반등 배경에는 대선 이후 불안했던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된 점,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여행 수요를 돋우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각종 프로모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 일본, 중국 등의 주요 도시와 제주를 잇는 직항편의 확충,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흥행에 따른 제주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증가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도 관계자는“지난 6월부터 단체 관광객인 동창회, 동호회, 스포츠단체와 자매결연·협약단체 등을 대상으로 제주 도착 즉시 제주공항에서 1인당 3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 ‘탐나는전’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지난 19일부터는 수도권 주요 지하철 노선 등을 활용해 제주 여행 수요 촉진을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 마케팅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여름 피서철 공항 이용객 증가에 대비해 1100면의 주차장 추가 확보, 10명의 현장인력 추가 배치, 체험형 팝업스토어 운영 등 다양한 여객 편의 서비스 제공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눅눅한 여름, 경쾌한 개방감에 자연스러운 멋까지
줄무늬보다 더 클래식한 패턴이 또 있을까? 일곱 살 때 엄마에게 받은 첫 책 선물은 스페인어로 된 피카소(사진)의 사진 작품집이었다.
스스로 매우 조숙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뜻도 모르면서 한 장 한 장을 외우듯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내용을 이해했다기보다는 낯선 외국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모습 그 자체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작열하는 스페인의 여름, 피카소는 윗옷을 벗고 있거나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만 입은 채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인지, 스페인의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가늠하지 못했다.
프랑스 선원복에서 유래‘브르타뉴 스트라이프’샤넬·피카소·바르도 등유명인이 즐겨 입어 인기
무심하게 매치하기 쉽고중장년층에도 잘 어울려여름철 아이템으로 제격
피카소는 천재적인 예술 세계뿐 아니라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니트 등 당시 그가 즐겨 입던 옷차림 덕분에 패션 아이콘으로도 회자된다. 세련된 감각을 지닌 중년 이미지 역시 그의 면모 중 하나다. 이 사실은 훗날 패션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중장년층 남성들은 스트라이프 패턴의 옷을 쉽게 입지 않는 것 같다. 단순하면서도 이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패턴은 드물기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수 있는데 말이다.
스트라이프는 여성복이나 캐주얼한 젊은이들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여름철 브르타뉴에서는 나이 지긋한 남성과 여성들이 정원 일을 할 때 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피렌체의 피티 워모(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에서도 멋쟁이 남성들이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무심하게 매치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트라이프 패턴은 ‘브르타뉴 스트라이프’라고도 불린다. 한때 소박한 선원복이었던 브르타뉴 스트라이프는 비교적 빠르게 진정한 패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1858년,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 프랑스 해군의 공식 제복으로 처음 도입된 브르타뉴 셔츠는 총 21개 줄무늬가 특징이었다. 이는 나폴레옹의 21차례 승리를 상징하는 동시에 바다에 빠진 선원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었다.
실제 프랑스 해군의 스트라이프 셔츠 마리니에르(Mariniere)는 울 니트 소재로 만들어지며, 폭 10㎜의 네이비 줄무늬가 20㎜ 간격으로 총 20개 있어야 한다(소매에는 14개). 이처럼 정확한 기준이 존재하며, 소매 선은 몸통과 정밀하게 맞물려 패턴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1950~1960년대에 이르자, 이 소박한 선원복은 편안한 프랑스식 세련미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특히 코코 샤넬, 파블로 피카소, 브리지트 바르도, 장 세버그 등 수많은 인물이 이 스트라이프 패턴을 즐겨 입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이브 생로랑, 소니아 리키엘 같은 디자이너들이 수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해 선보인 덕분에 스트라이프는 이후 줄곧 매 시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요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는 연일 폭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동남아시아의 열대 더위에 견줄 만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날씨엔 무엇을 입어야 할지 매일 옷장 앞에서 고민하게 되는 시기다. 단색 셔츠나 티셔츠만 입기엔 지겹고, 화려한 패턴을 입자니 휴가지도 아닌 도심에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이거나 유행이 지난 패션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패턴이 있는 옷은 스타일링하기에 매우 까다롭고, 패션 고수들이 아니면 소화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센스 있게 고를 만한 패턴으로 스트라이프만 한 것이 없다.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으며, 경쾌한 인상을 주니 말이다.
게다가 스트라이프는 간격의 미묘한 차이에서 색다름을 만들어낸다. 간격이 넓으면 좀 더 캐주얼하고, 좁으면 섬세한 느낌을 준다. 컬러도 클래식한 네이비부터 블랙, 핑크, 레드, 옐로 등 다양한 색상이 있다.
소재에 따라 느낌도 전혀 달라진다. 면 티셔츠의 질감이 너무 캐주얼하게 느껴진다면 니트 소재를 선택하면 된다. 라운드넥이 격식 없어 보인다면 카라가 있는 폴로 셔츠를 선택해도 좋다. 폴로 스타일 셔츠는 여성복부터 남성복까지, 하이패션부터 스트리트패션까지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스트라이프를 입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옷차림에 스트라이프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법은 많다. 자기 스타일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스스로 옷을 꽤 잘 매치해서 입는 사람이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줄무늬로 연출하거나, 색상도 올리브부터 핑크까지 다양하게 선택해 믹스 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의뿐만 아니라 가방, 스카프까지 활용하면 스트라이프가 더 이상 흔한 스타일이 아닌, 나만의 개성이 담긴 독창적인 패션으로 거듭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보수적이고 클래식함을 선호한다면, 이번 시즌에는 단연 좁은 간격의 스트라이프 패턴을 추천한다. 매 시즌 스트라이프 간격에는 은근한 유행이 있는데 요즘은 클래식한 마리니에르 간격이 다시 유행처럼 여겨진다. 색상은 흰 바탕에 네이비나 블랙 조합이라면 어떤 장소에서든 잘 어울린다. 거기에 고급스러움까지 추구하고 싶다면, 면베이스 니트에 실크가 혼방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16게이지(1인치에 16코가 들어간 얇은 짜임) 니트는 세련되고 도회적인 인상을 준다. 좀 더 사치를 누리고 싶다면, 100% 실크 소재도 고급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더위를 너무 많이 타고 땀이 많은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실크 소재는 땀이 닿으면 그대로 얼룩이 남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재와 디자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줄무늬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과하지 않게 입는 것이 포인트다. 조합이 자연스러울수록 더 멋져 보이며, 특히 하의 색상은 스트라이프와 같은 톤일 때 그 효과가 더욱 크다.
키가 커보이고 싶다면, 상의에 비중 있게 쓰인 색상과 하의 색상을 맞춰 입는 것이 좋다. 차분하고 훨씬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스트라이프에서 비중이 적은 색상에 하의를 맞추면, 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여름의 뜨겁고 눅눅한 날씨를 맞이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옷차림도 드물 것이다. 도심은 물론 휴가지에서도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한 스트라이프 패턴은 잘만 고르면 여름철마다 입을 수 있는 든든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일곱 살 내게 우상이 생겼다. 구두쇠 엄마를 몇날 며칠 졸라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을 손에 넣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카세트로 서태지 음악을 틀어댔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는 안무를 따라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 서태지 흉내를 냈다. 집에 손님이 오면 서태지가 되어 노래와 안무를 뽐냈다. 내가 하도 서태지를 좋아하자 서울 사는 이모는 당시 서태지가 자주 착용했던 모자와 비슷한 베레모를 선물했다. 나는 신이 나서 모자를 쓰고 다녔다. 잘 때조차 그 모자를 벗지 않았다. 누구도 모자에 손대지 못하게 했다. 모자에 달린 가격표는 절대 떼서는 안 되었다. 서태지가 그렇게 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의 돋보기를 훔쳐 쓰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난 알아요’를 쉴 새 없이 외쳤다. 도수가 맞지 않는 돋보기가 어질어질 현기증을 일으켰다. 대롱대롱 매달린 가격표가 내 멋의 정점이었다. 종이로 된 가격표가 바람에 날리며 모서리로 내 얼굴을 찔러 댔다. 세차를 하고 있는 친척 오빠 앞에서 서태지를 보여 주었다. 오빠는 낄낄 웃으며 서태지 아니고 ‘수퇘지’라고 나를 골려 댔다. 나는 약이 올라 오빠를 흘겨봤다. 마실을 다녀오던 외할아버지가 다가와 내게서 돋보기를 벗겨 냈다. 어른 물건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꾸지람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내가 혼이 나는 중에도 오빠는 계속 수퇘지 타령을 하며 나를 놀렸다. 씩씩대며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노리고 있던 건지 가위를 들고 다가와 내 모자에 매달린 가격표를 싹둑 잘라 버렸다. 순식간에 당한 뺑소니였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무너졌다. 정말 내가 수퇘지가 돼버린 것 같았다.
중학생 때 봉사활동 간 시설서 맡은 절망의 냄새…이듬해 장애 판정을 받고 그 냄새에 갇혀 살았다그 후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주문처럼 부르며 결심했다, 어떻게든 일어서 살아가기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들었다. 그렇게 아꼈던 모자가 더는 서태지스럽지 않았다. 나는 모자를 내팽개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엉엉 울었다. 내가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엄마가 다시 실로 가격표를 엮어 모자에 달아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모자와 가격표가 분리되는 순간 모자는 그저 평범한 베레모가 되었다. 그러자 서태지를 향한 마음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흥이 식어 버리자 “난 알아요”가 나오지 않았다. 보물처럼 여겼던 서태지 카세트테이프에 먼지가 앉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를 선언하기도 전에 나는 팬을 은퇴했다.
그즈음 동네에 길을 잃은 낯선 이들이 방문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들은 대다수가 노인이었고 바싹 말라 행색이 초라했다. 자신들이 찾아가는 곳이 어딘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지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근교를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동네 어른들은 그들의 목적지가 어딘지 알았다. 시내와 떨어진 외딴 터에 양로원과 종교시설이 들어섰다. 시설을 향한 주민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시골 노인들에게 양로원은 자식들이 부모를 고려장 시키는 곳이었다. 행려병자나 장애인들이 전국에서 그 시설로 모여들었다.
내가 시설에 방문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체험 학습 때였다. 학교는 일 년에 한두 번은 시설을 방문해 견학을 시켰다. 그곳에 도착하면 우리는 커다란 강당에서 영상물을 시청해야 했다. 내용은 다리 밑에서 장애인을 돌보던 한 남자의 일생이었다. 마당에는 그의 동상도 있었다. 시설은 가톨릭 신부의 도움으로 확장되었다. 거대한 부지에 건물들이 계속 들어섰다. 나는 매해 그곳을 방문하며 그 과정을 보았다.
90년대 말 금융위기가 나라를 흔들었다. 간혹 땟국물 줄줄 흐르는 장발의 남자가 동네를 돌며 쌀을 구걸하고 다녔다. 어른들은 시설에서 시킨 것 아니냐며 수군댔다. 소문으로는 시설 앞에 매일 아침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버려진다고 했다. 터무니없는 루머는 아니었다.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순서를 정해 시설로 봉사활동을 보냈다. 주로 양로원에 배치되어 식사 배식을 돕고 건물 청소를 했다. 봉사활동 전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도 여전했다.
양로원은 본관에서 언덕을 넘어가야 했다. 부지는 나날이 넓어지고 없던 건물이 새롭게 들어섰다. 무표정한 수녀님들이 감시하듯 우리를 내다봤다. 양로원에 도착했다. 사실 우리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에게 시킬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그저 명목상 봉사활동이었을 뿐이다. 인솔 교사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표백제와 노인들의 체취가 뒤섞인 냄새가 났다. 날카로운 악취가 미간을 꾹 찔렀다. 나는 숨을 참았다. 코를 쥔 동급생들도 있었고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애들도 있었다. 이상스럽게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방마다 깡마른 노인들이 빈 동공으로 방문자를 흘깃 살폈다. 어디선가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왔다.
봉사자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손걸레를 들고 다니며 청소를 했다. 우물쭈물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점심 배식이 시작되었다. 우두커니 서 있던 학생들에게도 할 일이 생겼다. 반찬은 기억나지 않지만 국은 멀건 된장국이었다. 오염된 공기 중에 음식 냄새까지 더해지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봉사자 아주머니들이 능숙하게 배식 지시를 했다. 식판을 받아 노인들에게 배달했다. 어느 방에서 다리가 없는 남자가 두 팔로 기어 나와 식판에 코를 박고 된장국을 떠먹었다. 그의 입에서 침과 국물이 뒤섞여 주르륵 흘렀다. 나는 식판을 나르는 척하다가 밖으로 도망쳤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속이 뒤집혔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처럼 신물이 올라왔다. 코에서 표백제와 된장국 냄새가 떠나질 않았다. 속이 진정되지 않아 싸갔던 김밥도 먹지 않고 자판기에서 콜라만 뽑아 마셨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나는 된장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했다. 된장 냄새만 맡아도 표백제 냄새가 나며 속이 뒤집히고 구역질이 났다.
이듬해 나는 장애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시각 장애인이 될 거라고? 내가 왜?’
절망의 올가미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조여 댔다. 무지했던 나는 완전히 실명하게 되면 평생을 시설에 수용돼서 표백제 냄새가 밴 흙탕물 같던 된장국이나 마시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참한 미래가 예상되자 하루하루가 절망스러웠다.
2000년 서태지가 ‘울트라맨’을 외쳤다. 나는 그 노래가 세상을 저주하는 주문처럼 들렸다. 한때 우상이었던 그가 또다시 유일한 구원자였다.
“울트라맨. 어렸을 적 내 꿈은 울트라맨…”
복잡한 머릿속과 마음을 털어내고 싶었다. 기도문처럼 울트라맨을 불렀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를 장애인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품에 끼고 있다가 본인이 죽으면 어디 시설에 들어가든지 형제들에게 의탁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암담한 미래가 나로서는 그저 혼란스러웠다.
명절 전날이었다. 나는 외갓집에 엄마 심부름을 갔다. 마당을 들어서며 인기척을 내려 하는데 열린 창으로 어른들의 이야기가 새어 나왔다. 내 이름이 거론되고 완전히 눈이 멀면 어쩌냐는 걱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 읍내 침쟁이 남봉사 얘기를 꺼냈다. 그는 용한 침쟁이로 소문이 나 가정을 이루고 생계를 책임지고 산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혼란했던 마음을 정했다.
소리 나지 않게 마당을 되돌아 나왔다. 속으로 울트라맨을 불렀다. 조금씩 걸음에 속도를 높이며 입으로 울트라맨을 노래했다. 손으로 뺨을 훔치며 비명처럼 울트라맨을 외쳤다. 그때였다. 절망과 울분이 내 안에서 깨져 나가며 굳건한 의지 하나가 자리 잡았다. 결코 표백제 냄새 밴 된장국이나 받아먹는 미래를 살지 않으리라. 그날 엄마에게 장애인학교로 떠나겠다고 통보했다. 어떤 기술이라도 배워 내 밥벌이를 하고 살겠노라 말했다. <시리즈끝>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구속 기간 연장신청을 하지 않고 바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것은 그에 대한 추가 조사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조사에서 꾸준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재판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개시 한 달 여만에 윤 전 대통령을 추가로 기소한 특검은 관련 공범 수사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수사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팀은 19일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남겨 둔 채 그를 기소한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그간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구속 기간만 연장해서 계속 소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관련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구속 기간은 열흘인데 법원이 검사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열흘 더 연장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기본 구속 기간은 구인영장이 집행된 지난 9일부터 시작됐지만, 구속적부심 청구 직후부터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일러도 오는 21일 오전까지는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할 수 있었다. 특검팀은 기본 구속 기간도 다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바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회피한 점을 볼 때 관련 추가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리라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이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소환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팀은 총 세 번에 걸쳐 윤 전 대통령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의 집행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 16일 마지막 강제구인 시도 때는 박억수 특검보가 강제구인 지휘를 하려 직접 서울구치소를 방문하려 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구속적부심 카드를 꺼내 들면서 무산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를 받더라도 진술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도 언론을 통해서 여러 번 전파됐다”며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과정에서의 일련의 행태는 재판에 현출시켜 양형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이 법원에서 거부당할 가능성도 고려해 이른 기소를 단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윤 전 대통령을 최초 구속했을 당시, 검찰은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법원 역시 구속 기간 연장을 통한 추가 조사 시도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된 잔여 혐의를 추가로 대거 재판에 넘긴 특검 수사팀은 남은 수사 기간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조사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필요한 경우 강제구인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출정(조사) 요청을 할 텐데 (윤 전 대통령이) 안 하신다고 하면 체포 영장을 저희가 또 발부받아서 강제 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나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 윤 전 대통령 추가 기소 혐의와 관련된 공범 수사, 12·3 불법 계엄 상황에서 이에 동조한 관련자 수사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날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계엄 선포 전 폐쇄회로(CC)TV 등 자료를 토대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동조한 다른 국무위원은 없는지 등을 조 전 장관에게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최 전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전 의원은 2020년 4월 채널A 사건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SNS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글을 올려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채널A 사건은 이 전 기자가 2020년 2~3월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의혹이다.
최 전 의원이 올린 글에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 전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검찰에 고소할 사람은 우리가 준비해 뒀다” 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2022년 10월 최 전 의원이 허위 사실을 드러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비방의 목적’이 증명되지 않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이 게시글을 작성한 행위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판을 넘어 피해자 비방 목적이 있었다”면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한편 이 전 기자가 최 전 의원을 상대로 낸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앞서 1·2심은 모두 최 전 의원이 이 전 기자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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