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디의 큐시트8000장의 큐시트 중 생생한 ‘그날’재즈, 헤비메탈, 그리고 ‘아이브’까지통합보다 다양성 내세우는 대통령을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지금까지 몇장의 큐시트를 썼을까? 라디오 피디로 입사한 뒤 24년 동안 거의 매일 큐시트를 썼으니 대략 8000장 정도 되겠다. 김광균 시인이 ‘추일서정’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유했는데, 지난 방송의 큐시트는 그보다 더 쓸쓸하고 무용하다. 그 많은 큐시트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다 잊었다. 손에 꼽을 만큼 특별한 날 몇번만 빼고. 2017년 3월10일이 그런 특별한 날이었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사건은 평생 또 없을 거라며 고심해서 큐시트를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꼴을 보고도 또 탄핵당할 짓을 할 대통령이 있을까 싶었는데, 80년도 아니고 8년 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 상상력이 부족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 올랐던 2025년 4월4일 금요일. 맡고 있는 프로그램 방송 시간이 아침 시간대여서 헌법재판소 결과가 나오기 전에 큐시트를 써야 했다. 첫 곡은 재즈 싱어로 시작해 팝스타가 된 마이클 부블레가 2005년에 발표한 노래 ‘필링 굿’(Feeling Good)을 골랐다. ‘시카고’나 ‘올 댓 재즈’ 같은 뮤지컬의 오프닝넘버(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등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목)로 어울릴 법한 멋들어진 빅밴드 재즈다. 가사를 보자.“새들이 높이 날고 있어. 내 기분 알겠지? 하늘엔 태양이 빛나고, 산들바람이 스치고, 내 기분 알겠지? 나를 위한 새로운 아침, 새로운 하루, 새로운 인생. 느낌이 좋아. 정말 느낌이 좋아.” 선고 전까지 내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예상과 기대와 달리 헌법재판소의 선고일이 너무 많이 미뤄졌고, 한덕수 대행의 탄핵 심판 결과도 의외였다. 게다가 선고일 전날부터 방송국에 온갖 찌라시가 돌았다. 첫 곡은 불안을 잠재우고 싶은 선곡이었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 곡이기도 해서 그의 기운을 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그날 끝 곡은 착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고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를 누비던 록밴드 ‘유럽’의 ‘파이널 카이 피디의 큐시트8000장의 큐시트 중 생생한 ‘그날’재즈, 헤비메탈, 그리고 ‘아이브’까지통합보다 다양성 내세우는 대통령을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지금까지 몇장의 큐시트를 썼을까? 라디오 피디로 입사한 뒤 24년 동안 거의 매일 큐시트를 썼으니 대략 8000장 정도 되겠다. 김광균 시인이 ‘추일서정’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유했는데, 지난 방송의 큐시트는 그보다 더 쓸쓸하고 무용하다. 그 많은 큐시트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다 잊었다. 손에 꼽을 만큼 특별한 날 몇번만 빼고. 2017년 3월10일이 그런 특별한 날이었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사건은 평생 또 없을 거라며 고심해서 큐시트를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꼴을 보고도 또 탄핵당할 짓을 할 대통령이 있을까 싶었는데, 80년도 아니고 8년 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 상상력이 부족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 올랐던 2025년 4월4일 금요일. 맡고 있는 프로그램 방송 시간이 아침 시간대여서 헌법재판소 결과가 나오기 전에 큐시트를 써야 했다. 첫 곡은 재즈 싱어로 시작해 팝스타가 된 마이클 부블레가 2005년에 발표한 노래 ‘필링 굿’(Feeling Good)을 골랐다. ‘시카고’나 ‘올 댓 재즈’ 같은 뮤지컬의 오프닝넘버(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등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목)로 어울릴 법한 멋들어진 빅밴드 재즈다. 가사를 보자.“새들이 높이 날고 있어. 내 기분 알겠지? 하늘엔 태양이 빛나고, 산들바람이 스치고, 내 기분 알겠지? 나를 위한 새로운 아침, 새로운 하루, 새로운 인생. 느낌이 좋아. 정말 느낌이 좋아.” 선고 전까지 내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예상과 기대와 달리 헌법재판소의 선고일이 너무 많이 미뤄졌고, 한덕수 대행의 탄핵 심판 결과도 의외였다. 게다가 선고일 전날부터 방송국에 온갖 찌라시가 돌았다. 첫 곡은 불안을 잠재우고 싶은 선곡이었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 곡이기도 해서 그의 기운을 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