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내구제
비오는 날 옆자리 앉은 생면부지 동갑내기... 오랜 친구처럼 덕담을 나누고, 작별했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버스에서 만난 동갑내기ⓒ rozetsky on Unsplash비 오는 날 시내버스 안에서였다. 빼곡하게 들어선 차 안엔 물기 머금은 눅눅한 기운이 감돌았다. 옷자락과 신발이 약간 젖어 그렇기도 했지만 차창 밖으로 내리는 장대비 때문에 더욱 그런 분위기가 났다. 정류장에서 우리 집 방향 버스를 기다리며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무연히 쳐다보았다. 어느 알 수 없는 도시에 와 있는 듯 낯선 풍경이었다. 그게 싫지 않았다. 낯섦이 주는 두려움과 호기심, 그 양가적 감정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우리 집 방향 버스가 와서 올라탔다.버스에서 만난 처음 보는 사람"여기 놓았다가 그냥 놓고 갈지도 모르겠어요."내 옆에 앉은 여자가 우산을 창가에 놓으며 말했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 일이 생길까 봐 차양이 있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우산에 묻은 빗물을 말끔하게 털어 우산집에 넣은 후, 가방 한쪽에 얌전히 세워 두었기 때문이다. 우산 안 가지고 왔느냐고 묻는 여자에게 무릎에 놓인 가방을 가리켰다. 여자도 빙긋 웃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다시 미소 지었다.여자는 여고 동창생들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자랐다는 여자의 눈매가 고왔다. 조곤조곤 자분자분 말을 이으며 요즘엔 건망증이 어찌나 심한지 모르겠다고 한숨까지 지었다. 건망증이야 애어른 할 것 없이 그런 세상이 된 것 같지 않은가, 심각하게 생각할 것까진 없다며 나도 그렇다고 했다. 딸네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 돌보고 있다는 여자는 평생 직장에 다녀본 적 없단다.복 많은 사람이구나 싶어 얼굴을 훑어보았다. 뜬금없이 부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왜 그럴까. 열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 활동을 하며
사는 나와 비교 되어서일까. 솔직히 누구와 비교하는 걸 가장 꺼려왔는데,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여자에게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여자의 고운 눈매가 집안의 '해'로 살아온 일생 덕분에 만들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버스에서 생면부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요즘 흔치 않은 풍경인데, 그날은 그랬다.여자가 물었다. 살림만 할 것 같진 않은데 아직 일을 하느냐고. 그비오는 날 옆자리 앉은 생면부지 동갑내기... 오랜 친구처럼 덕담을 나누고, 작별했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버스에서 만난 동갑내기ⓒ rozetsky on Unsplash비 오는 날 시내버스 안에서였다. 빼곡하게 들어선 차 안엔 물기 머금은 눅눅한 기운이 감돌았다. 옷자락과 신발이 약간 젖어 그렇기도 했지만 차창 밖으로 내리는 장대비 때문에 더욱 그런 분위기가 났다. 정류장에서 우리 집 방향 버스를 기다리며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무연히 쳐다보았다. 어느 알 수 없는 도시에 와 있는 듯 낯선 풍경이었다. 그게 싫지 않았다. 낯섦이 주는 두려움과 호기심, 그 양가적 감정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우리 집 방향 버스가 와서 올라탔다.버스에서 만난 처음 보는 사람"여기 놓았다가 그냥 놓고 갈지도 모르겠어요."내 옆에 앉은 여자가 우산을 창가에 놓으며 말했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 일이 생길까 봐 차양이 있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우산에 묻은 빗물을 말끔하게 털어 우산집에 넣은 후, 가방 한쪽에 얌전히 세워 두었기 때문이다. 우산 안 가지고 왔느냐고 묻는 여자에게 무릎에 놓인 가방을 가리켰다. 여자도 빙긋 웃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다시 미소 지었다.여자는 여고 동창생들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자랐다는 여자의 눈매가 고왔다. 조곤조곤 자분자분 말을 이으며 요즘엔 건망증이 어찌나 심한지 모르겠다고 한숨까지 지었다. 건망증이야 애어른 할 것 없이 그런 세상이 된 것 같지 않은가, 심각하게 생각할 것까진 없다며 나도 그렇다고 했다. 딸네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 돌보고 있다는 여자는 평생 직장에 다녀본 적 없단다.복 많은 사람이구나 싶어 얼굴을 훑어보았다. 뜬금없이 부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왜 그럴까. 열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 활동을 하며 사는 나와 비교 되어서일까. 솔직히 누구와 비교하는 걸 가장 꺼려왔는데,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여자에게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여자의 고운 눈매가 집안의 '해'로 살아온 일생 덕분에 만들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버스에서 생면부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요즘 흔치 않은 풍경인데, 그날은 그랬다.여자가 물었다. 살림만 할 것 같진 않은데 아직 일을 하느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대뜸 부럽단다. 이유를
상조내구제